Why

내 일

홈페이지에 뭘 적어야 할까. 고민을 반복하다 1년여간 홈페이지가 텅 비었었습니다. 

멋진 것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이론, 철학, 도식들. "선진교육은 바로 이겁니다!"  하지만 경험은 그 반대를 말합니다. 교육 이론은 광범위하고 아이들도 모두 각각 달라 인위적으로 무언가가 최선이다라고 선언하는 것은 맞지 않아 보입니다. (2021년 3월, 홍보를 너무 안한다는 부모님들 의견에 따라 홈페이지 내용을 보충합니다)

(Source: Learning theories, Holistic Approach to Technology Enhanced Learning)

이렇게나 다양하고 절대우위 영역이 없기 때문에 기준을 세운다면 나, 내 아이와 맞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 그러니까 맞는지를 알려면 뭔가 정보가 있어야 할 텐데. 

- 표현수단으로 영어를 익힐 수 있도록 단순 주입학습이 아닌 context (문맥) 안에서 영어를 습득하도록 합니다. 이를 통해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춰 언어를 배우게 됩니다 
* 습득한 언어는 사과 -> apple로 통역을 거치는 것이 아니고 그냥 apple로 사고 합니다
* 유아가 모국어를 습득할 때 엄마아빠가 어떤 때 무슨 말을 하는지 보면서 엄청난 양의 언어 데이터를 축적하듯이
* 반면 우리가 아무 context 없이 독어 CD를 몇년을 틀어도 독어를 말할 수 없듯이 context를 주지 않으면 언어습득 엔진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Noam Chomsky, Stephen Krashen]

- 저희 교육방식은 아이들 호기심을 원동력으로 운영되는 프로젝트 수업입니다. 주어진 과정을 단순히 체험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주도해서 실존하는 문제를 찾아 직접 인지, 해석, 적용, 시행착오, 토론 및 발표의 과정을 거치도록 가이드합니다
 [John Dewey, Jean Piaget, Benjamin Bloom]

역시 짧게 적어도 딱딱합니다. 남은 공간에는 저희가 무슨 생각으로 이 곳을 만들었는지 적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내 아이를 보낼 곳을 직접 설립하게 된 이유

홍콩에서 금융일을 하던 저와 교육경제학 박사과정으로 뉴욕 강단에 서 있던 와이프, 저희 부부에게 매일 괴로운 순간은 토종 한국인으로서 언어장벽보다 내 위치에서 말할 뾰족한 주장이 없을 때였습니다. 영어를 끊기며 말하더라도 청중을 침묵시키는 몇마디의 영감, 의견  외국인들은 그걸 중시했고 인재의 가치는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한국에서 들려오던 3세부터 시작되는 영어교육 광풍은 그래서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나중에 나만의 사고력으로 승부보게 될 텐데 여기에 쓰일 역량들이 균형되게 발달될 기회를 빼앗는 것 아닌가. 저희 부부는 한국에 돌아와 결혼 6년만에 아이가 생겼는데 이때서야 이것들이 '내 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에게 맞는 교육기관을 찾다가 문득 우리에게, 작지 않은 학교 4곳을 성공적으로 설립해서 운영해본 분들과 컬럼비아 Teachers College의 유아교육 동문분들, 그리고 40년 넘게 수천명의 학생들을 교육해오면서 다져진 교육철학이 있는데 "그냥 우리가 만들자." 하고 저희 부부는 2015년에 대원킨더아카데미를 만들었습니다. 

해외 기업, 아이비리그 대학들에서 본 우수인재들, 지식산업인 경영컨설팅업계가 직접 겪고 예견하던 4차산업혁명의 과정, IT 기업에서 소프트웨어로 대체되는 인력들과 이를 대체하는 인력들의 모습들을 직접 보며 더욱 아이들이 경험하게 될 미래에는 그에 맞는 교육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아이가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 힘을
 그리고 이 생각의 표현수단으로써 영어를 acquire (학습이 아닌 습득)하도록 돕는 곳을 만들자."  

그로부터 6년.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4차산업혁명 단어가 대중화되고, AI가 이세돌을 이기고, 자율주행차가 나오고 실제 우리는 핸드폰의 플랫폼, 앱들에서 많은 일들을 처리하며 은행지점의 단순업무들은 사라져 가고 있고 AI, 빅데이터, 코딩, 로봇, 바이오 신규 유망 직종들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어가는 것을 알면서 예전 그대로 교육시키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너무 실험적인 것도 피해야 합니다. 입시와 교육평가 시스템이 사회상을 반영하는데는 시간차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곳을 다닌 저희 첫 아이가 곧 졸업을 해서 초등학교에 진학합니다. 다행히 가기 싫다 한번 한 적 없지만 아이에게 행복한 기억들이었는지 참 궁금합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미래지향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싶은 동시에 여러 기관의 일에 관여하기도 하니 무엇보다 운영이 공정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유연하지 못했고 제 아이가 역차별을 받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아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설립이래 한 해도 이익을 내지 못했고 최근까지 저희 부부는 급여를 받지 않고 일을 했습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가도 미련하게 어느새 교육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일단 사람 투입하고 쓰고 짓고 빚내고.  

다행히 교육자로서 신나고 보람있는 일이기에 유능한 인재, 박사, 석사 분들이 모여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사히도 이를 알아봐주시고 공감해주시는 귀한 부모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고맙고 행복합니다. 

1977년 첫 학교 설립이래 구성원들에게 쌓인 교훈은 교육의 핵심은 관계이며 그렇기 때문에 훈련은 몰라도 교육은 사업으로 할 수 없다입니다. 하지만 사업이 성립하지 않는 이 '남 일'이 '내 일'이 되어 이제 저희의 '천직'이 되었습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흔들리지 않고 좋은 분들과 함께 계속 만들어가 보고자 합니다. 세살배기 둘째도 기다리고 있고 하니 말입니다. 

2020년 12월 엄마아빠가